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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란 잊으려 하면 할수록 잊지 못하는 동물이다.
망각에는 특별한 노력 따위는 필요도 없는 것이다.
끝도 없이 밀려오는 새로운 일들 따윈,
거의 모두 잊어버리고 살아간다.
잊었다는 것조차 모르는 게 보통이다.

어느 때 문득,
그러고 보니 그런 일이 있었지, 하고 떠올리기도 하지만
그걸 또 머리 속에 새겨 두지 않으니,
기억이란 덧없는 아지랑이의 날개처럼
햇살 아래 녹아 내려 영원히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그런데 그로부터 5년이란 세월이 흘렀는데도,
잊으려 하면 할수록 아오이는 기억 속에서,
이를테면 횡단보도를 건너갈 때, 지각하지 않으려고 마구 달릴 때,
심할 경우는 매미를 바라보고 있을 때,
망령처럼 불쑥 모습을 드러내 나를 당혹스럽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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